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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흉년이 들어 싸전 / 쌀전에서 쌀을 사기도 힘들어요.

by hangulove 2024.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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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쌀은 인터넷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하지만, 예전에는 쌀가게에 가서 쌀을 사 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본 소년시대라는 드라마에서도 임시완이 봉지에 쌀을 사오는 장면이 있던데요. 드라마의 배경이 된 1989년에는 온라인 판매라는 개념이 없었으니까 당연히 쌀가게에서 쌀을 사야만 했겠죠.

 

*올해는 흉년이 들어 싸전 / 쌀전에서 쌀을 사기도 힘들어요.

 

이 문장에서 쌀가게는 쌀전이 아닌 싸전이라고 해야만 합니다.

 

가게라는 뜻의 전은 가게 전()의 한자어로 가게라는 뜻입니다.

조선시대에는 한양이나 대도시 같은 곳에 자리를 정해놓고 허가를 받은 상인만 장사하도록 정해놓은 곳이 있었습니다. 이런 곳을 시전이라고 했고, 시전 안에는 싸전, 포목전, 어물전, 목물전, 곡물전, 떡전, 옹기전, 잡화전, 피전(가죽 가게) 같은 가게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포목전, 싸전, 어물전 같은 말은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장 인심이 고약해서 싸전의 말질 / 마질이 박해요.

 

이 말의 뜻은 시장 인심이 고약해서 싸전에서 곡식을 말로 되는 것을 박하게 준다는 뜻입니다. 여기에서도 말질이 아니라 마질이라고 해야만 옳습니다.

 

기왕 시전 이야기가 나왔으니까요, 육의전도 한 번 짚고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육의전은 종로 거리에 있었는데 면포, 비단, 명주, 모시, 종이, 어물 등의 여섯 가지 물건을 팔던 전문적인 가게를 일컫는 말입니다. 육의전에서는 왕실에 필요한 물건이나 외국에 보내는 무역품을 나라에 대 주는 일을 주로 맡았습니다.

 

시전은 허가를 받아야 했으니 당연히 관아에 세금을 냈을 것입니다. 가난한 백성들이 시전 허가를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을 테죠. 그래서 시전 허가를 받지 못한 일반 백성들은 텃밭에서 기른 채소나 곡물을 가지고 나와 길가에 앉아서 물건을 팔았습니다. 이것을 난전(亂廛)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국가에 막대한 세금을 내고 시전 허가증을 받아서 장사하는 상인들에게 난전을 내고 흙바닥에 눌러앉은 백성들은 눈엣가시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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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국가에 세금을 내는 시전 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 금난전법(禁亂廛法) 금난전권(禁亂廛權)입니다. 말 그대로 난전을 금지하는 법이라는 뜻입니다.

 

난전 활동을 금지한 것은 1668(현종 9)부터 정조(正祖) 재위까지의 일로 100여 년 내외의 일인데요. 처음에는 육의전 물건에 한했지만 나중에는 시전에서 파는 모든 물건에 적용되어서 백성들은 거의 장사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특히 정조 10(1786)에는 시전 상인들이 난전을 단속할 수 있는 금난전권을 부여받게 됩니다.

 

금난전권의 확대로 난전은 쇠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난전이 활성화되지 못한다면 시전의 물건은 누가 살 수 있을까요? 돈이 있는 일부 양반들만이 산다면 상업 활동은 원활하게 흘러갔을 리가 없습니다. 난전이 쪼그라들면 시전도 쪼그라든다는 것을 깨달은 정조는 1791신해통공(辛亥通共)으로 금난전권을 폐지했습니다.

 

이렇게 폐지한다고 해도 시전 상인들이 금난전권을 완전히 폐지했을 리는 없죠. 거기다가 육의전은 여전히 예외를 두었기 때문에 특권을 가지고 있던 상인들은 여전히 금난전권을 행사했습니다. 금난전권은 고종 31(1894) 갑오개혁에 이르러서야 완전히 폐지하게 됩니다.

 

종로 시전    사진출처:서울역사 박물관

 

오늘은 싸전(쌀가게), 마질(말로 되는 일)이라는 단어를 배우면서 조선시대 종로 시전과 육의전, 금난전권이 만들어진 배경과 사라지게 된 배경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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