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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리말

가을 바람이 스산하게 느껴집니다.

by hangulove 2023.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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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는 여전해서 낮 기온은 30도를 오르내리지만, 코끝에 닿는 바람에서는 가을이 느껴집니다. 곧 추석이 올 테고, 설마 10월이 되는데도 날씨가 지금처럼 더울까요? 우리나라가 아무리 아열대가 되었다고 한들 시월에도 11월에도 덥지는 않겠죠… 라고 쓰려다가 이런 단정도 몇십 년 뒤에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생태계는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니까요. 30년 뒤 빙하를 볼 수 있는 곳은 인터넷 화면 속, 사진으로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니까요. 

흐린 날씨 때문인지 쓸쓸한 생각이 드는 9월의 오늘, 날씨와 계절과 관련한 우리 말을 가져와 봤습니다. 

스산하다

스산하다는 형용사로 몇 가지 뜻이 있습니다.
1. 몹시 어수선하고 쓸쓸하다.
2. 날씨가 흐리고 으스스하다.
3.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뒤숭숭하다.

예문


*짙은 먹색 구름이 끼어서인지 마음도 스산하다.
*가랑비가 뿌리고 들바람이 불어서 몸이 으스스하다.
*스산한 하늘에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니, 마음이 어수선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햇빛이 휘황하더니, 갑자기 먹구름이 끄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을씨년스럽다 

을씨년스럽다는 형용사이며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1. 보기에 날씨나 분위기 따위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데가 있다.
2. 보기에 살림이 매우 가난한 데가 있다.

스산하다와 같은 의미이기는 하지만 스산하다보다는 조금 더 정도가 심한 스산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을씨년스럽다는 말은 '을사년'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일본은 '을사년'인 1905년, 강제로 '을사늑약'을 맺어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해입니다. 1910년 경술국치에 우리나라는 일본에 병합되었지만, 경술국치를 당하기 5년 전, '을사늑약'으로 이때부터 이미 우리는 일본의 속국이었습니다. 이 일로 인해 마음이나 날씨가 흐려서 우울해지고 마음이 어수선한 것을 '을사년스럽다'라고 말했는데, 차츰 강한 소리가 되어 '을싸년스럽다'로 바뀌고, '을씨년스럽다'가 되었다고 합니다. 말에는 이렇게 한나라의 역사까지도 담겨 있는 것입니다. 
 
예문  

*가을걷이가 끝난 저녁 들판으로 짙은 어둠이 내리고 비바람이 불면 을씨년스러워졌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무 위로 늦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을씨년스럽다.
*한때는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을 교정에는 풀이 어른 키만큼 자랐고,

녹슨 그넷줄이 삐걱거려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곧 눈이라도 올 것처럼 날씨가 을씨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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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물끄물

끄물끄물은 부사로 날씨가 활짝 개지 않고 몹시 흐려지는 모양을 말합니다.
'그물그물'보다 센 느낌을 주죠. 
2. 불빛 따위가 밝게 비치지 않고 몹시 침침해지는 모양. 자꾸 침침해지는 것.
끄물끄물하다는 동사이며, 뜻은 부사로 쓰일 때와 같습니다.

예문

*하늘이 갑자기 끄물끄물 흐려진다.
*호롱불 심지의 불꽃이 끄물끄물 사라져간다.

● 끄물끄물과 꾸물꾸물은 다른 의미로 사용합니다. 
'끄물끄물'은 '하늘이 끄물끄물하다.', '갑자기 비가 올 것처럼 끄물끄물하네.'처럼 날씨가 활짝 개지 않고 몹시 흐린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꾸물꾸물은 '지렁이가 꾸물꾸물 기어가네.', '계속 그렇게 꾸물꾸물 준비하면 학교에 늦는다!'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모양이나 굼뜨고 게으르게 움직이는 모양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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