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칠맞다 / 칠칠맞지 못하다, 자주 헷갈리시나요?

오늘도 우리가 자주 헷갈리는 / 헛갈리는 단어 몇 개를 가져와 봤습니다.

 

* 위의 단어, 헷갈리다와 헛갈리다는 복수 표준어로 어느 쪽을 사용해도 상관없습니다. 과거에 ‘헷갈리다’는 ‘헛갈리다’의 잘못된 표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복수 표준어로 인정이 되어서 헷갈리다, 헛갈리다 둘 다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살짝 알려드리면서 오늘의 단어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칠칠하다’ ‘칠칠맞다’

평소 자주 들어본 단어이고, 뜻도 아는데 (혹은 안다고 생각하는데) 왜 생경하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칠칠하다, 칠칠맞다가 보통은 부정사와 함께 쓰여서 칠칠하지 못해 혹은 칠칠맞지 못하게 등으로 쓰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칠칠하다 (형용사)

1. 나무, 풀, 머리털 따위가 잘 자라서 알차고 길다.

2. 주접이 들지 아니하고 깨끗하고 단정하다.

3. 성질이나 일 처리가 반듯하고 야무지다.

 

칠칠맞다 (형용사)

칠칠하다 의미는 같으나 속어임. (표준어)

 

표준 대 국어사전에서 볼 수 있듯이 칠칠하다와 칠칠맞다는 의미가 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단정하다, 참하고 야무지다, 반듯하다 등등 상당히 좋은 의미의 단어입니다. 그런데 여자 친구에게 “너는 참 칠칠한 사람 같아.” 이렇게 말했다가는 여자 친구에게 한 대 얻어맞을지도 모릅니다.

 

단정하고 야무지다는 의미가 있는 ‘칠칠하다’가 왜 안 좋은 뜻을 가진 것처럼 연상되어 버리게 된 것일까요?

추측건대 그것은 아마도 단정하다, 반듯하다, 야무지다고 말할 때 칠칠하다를 사용하지 않게 된 것이 이유 같습니다. 칠칠하다는 뒤에 못을 붙여 부정하는 의미로 사용할 때만 쓰게 된 것이죠. “너는 참 칠칠치가 못해!” 이런 식으로 써서 정신머리가 없다, 야무지지 못하다는 뜻으로 써왔기 때문에 칠칠하다는 아주 좋은 말을 써도 머리는 안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혹시 팔푼이, 칠푼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 말을 들으면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시죠? 누가 저에게 “너는 꼭 칠푼이 같아!” 이렇게 말한다면 절교의 이유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좋지 않은 의미입니다.

칠푼이 팔푼이는 아기가 엄마 배 속에서 8개월 만에 나오면 8푼이, 7개월 만에 나오면 7푼이라고 했습니다. 칠푼이 팔푼이라는 단어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비난이 아니라, 부족하게 태어났으니까 보살펴 주어야 할 존재라는 의미여야 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는 비아냥, 비난, 비꼼의 의미로 바뀌어 부족한 사람이라는 뜻이 되어 버린 겁니다.

 

이런 이유로 ‘칠칠하다’는 왠지 환영받지 못하는 단어이지만, ‘칠칠하다’ 본래의 뜻은 단정하다, 야무지다, 일 처리를 확실하게 잘한다는 좋은 뜻을 가진 단어이니까, 이런 말을 들으면 기뻐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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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문

 

*젊은 처녀가 하고 다니는 꼴이 도대체 그게 뭐니? 칠칠맞지 못하게.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 너는 칠칠치 못하게 왜 물건을 맨날 빠트리고 다니는 거야.

 

* 오늘도 시내버스에 휴대폰을 놓고 내렸어, 칠칠맞지 못하게.

 

* 칠흑처럼 검고 긴 머리가 칠칠해 보여요.

 

* 당신은 매사에 칠칠하지를 못해요.

 

* 숲은 세월이 흐를수록 칠칠하고 무성해졌다.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 그 댁이 큰댁의 기둥인데 장가를 열 번 들면 그만큼 칠칠하고 일새 빠른 사람을 구경이나 할 줄 아오?

표준국어대사전, [심훈, 영원의 미소]

 

* 나는 아직 열여섯이라 마님에게 귀염을 받는 것이 다만 좋았고 칠칠한 나물을 뜯어 드리고자 한사코 이 험한 산속으로 기어올랐다.

표준국어대사전, [김유정, 산골]

 

* 너는 나이가 몇 살인데 칠칠하지 못하게 밥을 흘리고 먹니?

 

* 이 계산은 초등학교 5학년도 푸는 문제인데, 칠칠치 못하게 지금도 못 푸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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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칠칠하다’는 대부분 ‘칠칠하지 못하다’로 부정의 의미를 덧붙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칠칠하다’는 단어는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까 자주 사용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