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책상 위 물건 건드렸어 / 건들였어?
깨끗하게 청소된 제 방으로 보고, 저는 엄마한테 자주 이렇게 소리 지르고는 했습니다. 책상 위에 뭐 그리 특별한 게 있었다고, 어질러놓은 것을 깨끗하게 치워주신 엄마에게 고맙다는 말은커녕 왜 그렇게 소리를 질렀을까요?
기억은 무거운 아픔들을 더 많이 더 켜켜이 쌓아놓고 있는 모양입니다. 분명 즐거웠던 일도 꽤 많았을 텐데, 어떤 기억을 꺼내도 슬픔과 아픔이 묻어 있는 걸 보면요.
종일 찬바람을 맞고 돌아다니면서 이상하게도 오늘은 묵직한 슬픔이 어깨를 짓눌렀는데 아마도 제 감정을 건드린 것은 ‘건드렸어’라는 이 단어였던 모양입니다.
자, 본론으로 들어가서요.
오늘 배워볼 단어는 ‘건드리다’입니다.
건드리다는 동사로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1. 조금 움직일 만큼 손으로 만지거나 무엇으로 대다.
2. 상대를 자극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기분을 나쁘 게 만들다.
3. 부녀자를 꾀어 육체적인 관계를 맺다.
4. 일에 손을 대다.
‘건드리다’는 건드리어(건드려) [건ː드리어(건ː드려),건ː드리여] 건드리니 [건ː드리니]로 활용합니다. 건드리어가 건드려로 활용하면서 발음할 때 건드리여가 되고 이것을 발음해 보면 ‘건들여’처럼 들리기 때문에 쓸 때도 ‘건들여’라고 쓰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표기이며 ‘건드려’라고 써주어야 합니다.
엄마! 내 책상 위 물건 건드렸어? 라고, 말해야 옳습니다.
그러나 ‘건들다’는 ‘건드리다’의 준말이기 때문에 사용해도 됩니다.
내 수첩 건들지 말라니까! 라고 쓸 수는 있습니다.
다만, ‘건들다’는 준말이기 때문에 ‘건들어(X)’, ‘건들여(X)’, ‘건들이니(X)’처럼 써서는 안 됩니다. 본말인 ‘건드리다’의 활용형인 ‘건드려’ ‘건드리니’로 써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문
* 왜 남의 물건을 함부로 건드리는 거야?
* 그의 말이 나의 비위를 건드렸다.
* 김씨는 원래 욱하는 성격이라 성질을 건드려서 좋을 게 없어.
* 그 여자는 무슨 말을 해도 내 자존심을 건드려요.
* 이 주제 저 주제 건드리다가 스토리가 산으로 흘러가 버리고 말았다.
* 흉터를 레이저로 건드려 환부에 상처를 내고 그걸 치료하는 것이 흉터 치료의 기본입니다.
* 결국 뇌관을 건드려 버리고 말았다.
* 김 씨는 이 사업 저 사업 건드리기만 하다가 전부 실패했다.
* 동네 처녀를 건드렸다가 여자 집에서 왈칵 들고 나서는 통에 한밤에 도망치듯 떠난 고향이었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한수산, 유민>
* 잠자는 사자의 수염을 건드리지 말아.
* 경험 없는 분야를 건드렸다가 밑천이 드러나 본전도 못 건지고 말았다.
* 산처럼 높이 쌓아놓은 컵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더니 1초 만에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 * *
오늘은 건드리다에 대해 배워보았습니다.
흔히 건들여라고 잘못 쓰는 일이 많은데 이것은 잘못된 표현으로 본말인 ‘건드리다’의 활용형인 ‘건드려’를 써주어야 합니다.
→ 수십만 개의 칩을 열네 시간에 걸쳐 일렬로 세웠는데 손가락 하나로 톡 건드렸더니 무너지는 데 10초도 채 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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