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배워볼 표현은 ‘엔간하다 ’입니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단어이기는 한데 쓰는 일이 거의 없어서인지 막상 쓰려고 하면 생소한 단어 중의 하나입니다. 이번 기회에 어떻게 쓰는 것이 옳은지 한 번 짚어 보려고 합니다.
아래 문장 중 옳은 표현이 어떤 것인지 골라 보시겠어요?
① 이제 엔간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아.
② 왠간하면 시간을 좀 내서 가보고 싶은데, 요즘 너무 일이 많아서 말이야.
③ 엥간히 / 앵간히 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쉽지 않은 일이었어.
④ 웬간해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걸.
위 네 개의 문장에서 정답은 ①입니다.
지식인에 왜 엥간히가 아닌가 하는 질문이 많은 것으로 보아서는 엥간히나 앵간히를 사용하는 분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그러나 엥간히나 앵간히는 주로 전라북도 지역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언입니다. 또 왠간하다나 웬간하다라고도 쓰는데요, 옳은 표기, 사전에 올라가 있는 표준어는 ‘엔간하다’니까 앞으로는 ‘엔간하다’라고 발음하고 써주셔야 합니다.
‘엔간하다’의 본말은 ‘어연간하다’입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어연간하다’는 말을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한 음이 더 길다는 것은 편의를 중요시하는 요즘 세태에는 어울리지 않아서겠죠. 몇십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사전에서 ‘어연간하다’라는 단어는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엔간하다는 형용사로 대중(大衆: 많은 사람)으로 보아 표준에 가깝다고 사전에는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이 말은 여러 사람이 보았을 때 표준치에 가깝다는 뜻이니까요, 사용에 따라서는 보통이다, 중간은 간다, 어지간하다. 웬만하다라는 말로 대신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대중(大衆: 많은 사람)은 눈어림, 눈짐작, 대충이라는 의미를 지니는데요.
여러 사람이 보았을 때 보통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예문
* 그 녀석 엔간해서는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 엔간한 일이면 내가 자네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 형편이 엔간하면 조금이라도 돕고 싶은데 나도 너무 어려워서 말이야.
* 그 풍신 그 붓 재주에, 사주만 엔간하게 타고났더라도 양반댁 식객(食客) 되어 선비 시늉으로 행세하지….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이문구, 오자룡>
* 어찌나 황소고집인지 엔간해서는 고집을 꺾지 않아.
* 해도 떨어지기 전에 집에 들어가려고 서두르는 걸 보니 쟤 부모님도 엔간한가 보다.
출처: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 엔간하면 그만 쉬고 가서 일을 좀 하지.
* 엔간하면 영화 정도는 보게 허락해 주세요.
* 엔간하면 네가 좀 참아.
* 슈퍼마켓 아주머니는 사람이 좋아서 엔간한 부탁은 다 들어주셔.
* 김 씨는 성격이 엔간해서 무슨 일이 생겨도 잘 참아요.
* 애가 엔간해야 말이지. 황소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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