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서 / 로써 어느 때 써야 할까요?

'~로서'와 '~로써'는 우리가 아주 많이 혼동해서 사용하는 조사 중의 하나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활용하기 가장 어려운 조사이기도 합니다.

 

~로서

 

보통 ~로서는 자격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 뒤에 사용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사물이라도 자격을 의미할 때가 있는데요. 예를 들면 ‘현재로서’처럼 시간을 세는 것이 아닌, 현재라는 자격을 말하고 있을 때는 ~로서라고 써야 합니다. 사물이 어떤 경우에 자격을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는 문장 전체를 보고 맥락과 의미를 이해한 뒤에야 알 수 있어서 무척이나 까다롭고 어려운 말입니다. 그래서 가장 많이 틀리는 조사이기도 합니다. 먼저 가장 쉬운 예문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그 여자는 간호사로서 새벽 두 시에 출근한다.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너의 선배로서 한마디 해야겠다.

*부모로서 당연히 할 일이다.

 

위 예문의 경우에는 간호사, 사람, 선배, 부모가 문장 안에 들어 있습니다.

모두 사람의 자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니까 로서를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번에는 사물의 자격을 말하는 경우의 예문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문의 출처는 국립국어원의 상담 결과에 대한 답변으로, 질문의 문장을 바꾸고 답변의 문장도 바꾸었지만, 의미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국립 국어원의 ~로서, ~로써에 대한 질문과 답변은 https://www.korean.go.kr/front/search/searchAllList.do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는 독재와 투쟁한 결과로서 얻어진 것이다.

(여기에서의 결과는 자격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결과로서라고 적는 것이 적합합니다.)

 

*역사적 사료로서의 풍속화를 통하여 역사적 사실들을 분석할 수 있다.

(역사적 사료는 풍속화를 꾸미는 문맥으로 자격을 나타내는 로서가 옳습니다.)

 

*현재로서는 아직 검토가 끝나지 않은 사항이다.

(현재라는 시간의 지위에서 생각해 본다면 지위나 신분의 의미를 나타내는 '로서'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 로써

어떤 일의 수단이나 도구, 재료나 원료를 나타내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쌀로써 떡이나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다.

*비행기로써 거기까지 갈 수 있다.

*구체적 사물로써 현상을 비유할 수 있다.

*수는 숫자로써 표현할 수 있다.

*말로써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한다.

*꿀로써 단맛을 낸다.

*대화로써 갈등을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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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서'는 지위나 자격을, '로써'는 수단을 나타낸다고 이미 말씀드렸는데요.

이렇게 대표적인 의미가 있는 말을 쓸 때는 '로서'로 쓸지, '로써'로 쓸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물이 자격의 의미를 갖게 될 때는 전체 문맥을 읽어보고 그 단어가 자격의 위치를 갖는지, 수단이나 방법의 위치를 갖는지 파악해 본 다음에야 올바른 답을 쓸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행인 것은, 사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울 때는 로서나 로써가 아닌 다른 단어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런 흉악무도한 살인자는 공공의 적으로써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

*저런 흉악무도한 살인자는 공공의 적으로서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 두 문장의 답은 둘 다 옳습니다. (위 질문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답입니다)

문맥을 보았을 때 주어의 성격에 대해 말한다면 '공공의 적으로서가 옳습니다.

그러나 '공공의 적이기 때문에' 라고 바꾸어도 문맥이 통하기 때문에 '공공의 적으로써'도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둘 다 맞는다는 답이 나온다면 차라리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 논란을 피할 수가 있습니다.

 

*저런 흉악무도한 살인자는 공공의 적으로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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