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에서 헷갈리는 단어가 한두 개는 아닙니다만, 이 '하든지'와 '하던지'도 상당히 자주 틀리는 말이죠.
발음이 비슷해서 그럴 것으로 생각은 하지만, 둘의 의미가 달라서 한 번만 찬찬히 붙들고 그 의미를 읽어보고 머릿속에 새겨둔다면 두 번 다시 틀릴 일은 없을 겁니다.
먼저 연결어미인 ~든의 사전적인 의미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든은 든지의 준말로 어떤 것이 선택되어도 차이가 없는 둘 이상의 일을 나열할 때 사용하는 보조사입니다. 이럴 때 사용되는 '든지'는 '든'으로 쓸 수가 있습니다.
든의 의미는 어느 것이나 선택할 수 있다(어느 것을 선택해도 상관없다), 어느 것이라도 상관없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걸 하든지 저걸 하든지 아무거나 해.
*공부하든지, TV를 보든지 알아서 해.
*배든지 사과든지 알아서 골라 먹어.
*가든지 오든지 마음대로 해.
*가든 말든 네가 결정해.
*싫든지 좋든지 간에 따를 수밖에 없어. (=싫든 좋든 간에 따를 수밖에 없어)
예문을 읽어보면 바로 그 의미를 아시겠죠?
~든, ~든지가 붙는 말은 나열된 두 가지 이상의 것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도 된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요.
이번에는 던의 사전적인 의미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던은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과 관련시키는 데 쓰는 연결 어미라고 표준 국어사전에는 명기되어 있습니다. 또한 과거의 일을 회상하면서 '~으시, ~었, ~겠'에 붙어서 뒤 절의 일이나 상황을 일으키는 근거나 원인으로 추정됨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날 저녁 누가 왔던지 생각이 납니까?
*그날따라 날씨는 왜 그리 춥던지.
*얼마나 울었던지 눈이 퉁퉁 부었다.
*얼마나 춥던지 손이 곱아 펴지지 않았다.
*아이가 얼마나 밥을 많이 먹던지 배탈이 날까 걱정되었다.
*동생도 놀이가 재미있었던지 더 이상 엄마를 찾지 않았다.
~든지와 ~던지는 그 뜻이 다르다는 것을 이제 확인하셨죠?
앞으로 헷갈릴 일은 없겠지만, 조금 더 확실하게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위해서 예문을 들어 문제를 제시하겠습니다.
정답은 뜬금없이 넣는 이육사 선생님의 시 [광야(曠野)] 밑으로 넣어두겠습니다.
문제
네가 뭐라고 했던 / 했든 나는 상관 안 해.
뭐라고 하든지 / 하던지 간에 들을 필요가 없어.
네가 뭘 하든 / 하던 신경 쓰지 않아.
아니 그럼 처음부터 잘하든가 / 잘하던가.
기왕 할 거면 끝까지 하던가 / 하든가.
그 사람이 널 보더니 반갑다고 하던 / 하든?
뜬금없지만 이육사의 시 광야를 읽는 시간입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문제의 답
네가 뭐라고 했던 / 했든 나는 상관 안 해.
(~든은 상관없다는 의미가 있으므로 답은 네가 뭐라고 했든 상관 안 해가 되겠습니다.)
뭐라고 하든지 / 하던지 간에 들을 필요가 없어.
(뭐라고 하든지 간에 들을 필요가 없어.
~든은 선택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네가 뭘 하든 / 하던 신경 쓰지 않아.
(네가 뭘 하든 신경 쓰지 않아. ~든은 상관없다는 뜻이 있습니다.)
아니 그럼 처음부터 잘하든가 / 잘하던가.
(아니 그럼 처음부터 잘하든가.)
기왕 할 거면 끝까지 하던가 / 하든가.
(기왕 할 거면 끝까지 하든가.)
그 사람이 널 보더니 반갑다고 하던 / 하든?
(그 사람이 널 보더니 반갑다고 하던? 반갑다고 하더냐?의 의미가 있으므로 '하던?'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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