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동네 산책을 빼먹지 않고 하고 있는데요,
큰길 하나만 건너면 논과 밭이 가득한 시골이 펼쳐집니다.
이 마을 한복판에 담벼락을 따라 길게 꽃밭이 있습니다.
담 안쪽으로는 키가 큰 해바라기를 심고, 중간에는 부용화와 접시꽃처럼 중간키 꽃들이, 벽돌을 쌓아 도로와 경계를 만든 곳에는 봉숭아와 샐비어 같은 키 낮은 꽃들이 심겨 있습니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저걸 담벼락 꽃밭이라고 하나 생각했는데 이름이 있었습니다. 바로 '살피꽃밭'!
이렇게 담벼락을 따라 도로와의 경계선에 좁고 길게 만든 꽃밭을 살피꽃밭이라고 한다는군요.
살피꽃밭
건물, 담 밑, 도로 따위의 경계선을 따라 좁고 길게 만든 꽃밭. 외관상 앞쪽에는 키가 작은 꽃을, 뒤쪽에는 키가 큰 꽃을 심는다.
지난번에 땅과 땅 사이의 경계선을 만드는 것을 살피라고 한다, 또 물건과 물건 사이의 틈새를 구별하는 표를 살피라고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바로 이 살피에 꽃밭이 붙은 겁니다. 도로와 담 사이의 경계선에 꽃밭을 만들었으니까, 살피꽃밭이라고 불렀던가 봅니다.
저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담벼락 꽃밭이 아닌 살피꽃밭이라고 열심히 불러주려고 합니다.
순우리말 '마늘각시'의 뜻을 알아볼까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한글사랑은 오래간만에 순우리말을 가지고 왔습니다. 예쁜 순우리말들을 보고 한 주를 다시 기운차게 시작해 봅시다! 마늘각시 마늘 껍질을 벗겨 놓은 것처럼 피부가 하얗
hangulove.tistory.com
예문
*살피꽃밭에 심은 해바라기가 담을 훌쩍 뛰어넘게 자라서 꽃을 피웠어.
*살피꽃밭에 심으려고 채송화를 많이 사 왔어요.
*계속 비가 안 와서 오늘은 맘먹고 살피꽃밭에 물을 뿌려주려고 해요.
인터넷에는 1월에서 12월까지 우리말로 만들어진 예쁜 말이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1월 해오름 달 (새해 아침에 힘있게 오르는 달)
2월 시샘 달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
3월 물오름 달 (뫼와 들에 물 오르는 달)
4월 잎새 달 (물오른 나무들이 저마다 잎 돋우는 달)
5월 푸른 달 (마음이 푸른 모든 이의 달)
6월 누리 달 (온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 차 넘치는 달)
7월 견우직녀 달 (견우직녀가 만나는 아름다운 달)
8월 타오름 달 (하늘에서는 해가 땅 위에서는 가슴이 타는 정열의 달)
9월 열매 달 (가지마다 열매 맺는 달)
10월 하늘연 달 (밝달뫼에 아침의 나라가 열린달)
11월 미틈 달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
12월 매듭 달 (마음을 가다듬는 한해의 끄트머리 달)
위에 열거한 열두 개의 달 중에서 9월 열매 달, 10월 하늘연 달, 12월 매듭달만이 우리말 사전에 올라가 있는 단어입니다. 다른 달은 각 달의 의미에 맞는 우리 말을 조합해서 만든 것 같습니다만 예쁜 우리말이니 많은 사람이 사용한다면 언젠가는 표준어로 인정받을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언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니 폐쇄적으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9월 열매 달과 10월 하늘연 달, 12월 매듭달만이 사전에 등재된 우리말임을 알아두기는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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