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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노라하는 / 내로라하는, 어떤 것이 맞을까요?

by hangulove 2023.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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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하는 / 내노라하는 인사들이 다 모였다.

 

위의 문장에서 '내로라하는'과 '내노라하는' 중 어느 쪽이 맞는 표현일까요?

정답은 '내로라하는'입니다.

내노라로 사용하는 것은 일부 지역의 방언으로 이것은 비표준어라고 규정해 놓고 있으니 '내로라하는'이라고 사용하는 것이 옳습니다.

 

내로라는 내로라하다의 어근이며 내로라하다는 동사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사전, 우리말샘 모두 내로라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해놓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를 대표할 만하다.

 

예문을 들어본다면 쉽게 아실 수 있습니다.

 

*재계의 내로라 하는 인사들이 이 자리에 다 모였다.

*그는 이제 내로라하는 스타이다.

*훗날 내로라하는 예술가가 된 사람들의 상당수가 젊은 한때를 이 공간에서 사랑하기도 하고 이별하기도 했다.

출처: 김원두, 어느 개의 인간적인 추억, 솔 출판사, 1994

*세계적으로 유명한 내로라하는 육상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다 모였다.

 

내로라하다의 옛말은 내로라ᄒᆞ다였습니다. 내로라ᄒᆞ다는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내로라ᄒᆞ다는 통사적인 구성으로 1인칭 대명사인 나와 서술격 조사 ~, 화자 주어 표시 선어말 어미 ~. 그리고 종결어미 ~라가 결합한 내로라와 동사 ᄒᆞ다가 결합한 것입니다. (+++)

화자 주어 표시 선어말 어미 ~오는 서술격 조사 뒤에서 ~로로 변화됩니다. (내로라)

20세기 이후 이런 통사적 구성이 한 단어로 굳어져 내로라하다가 된 것입니다.

 

서술격 조사 오가 로로 변화했던 것은 과거이고, 현재 로로 굳어진 단어는 '내로라'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내로라가 맞고 내노라는 틀린다고 규정하는 것은 중세 언어 규칙의 망령에 사로잡힌 결과라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현재는 선어말 어미 ~오는 서술격 조사가 오더라도 ~로로 변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러면서 김소월 님의 시 <비단 안개>를 예로 들어 올렸기에, 저도 김소월님의 시 <비단 안개>를 가져왔습니다. 김소월 님의 시 중 못할 때러라는 요즘에는 못할 때노라라고 쓰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 이분의 주장이었습니다.

'못할 때노라'라는 문장이 주는 근엄함과 장엄함이 못할 때러라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고도 했더군요.

 

김소월 님의 <비단 안개>를 감상하고 ~때러라에서 어떤 느낌을 받는지, 시를 음미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시를 읽고 그 느낌이라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니까요.

 

 

비단 안개

 

김소월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만나서 울던 때도 그런 날이오,

그리워 미친 날도 그런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홀목숨은 못살 때러라.

눈 풀리는 가지에 당치맛귀로

젊은 계집 목매고 달릴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종달새 솟을 때러라.

들에랴, 바다에랴, 하늘에서랴,

아지 못할 무엇에 취()할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첫사랑 있던 때도 그런 날이오

영 이별 있던 날도 그런 때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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