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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러브버그가 쌔고 쌨다. 쌔고 쌨다, 표준어일까요?

by hangulove 2024.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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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문에서 기사 하나를 읽었습니다. 요즘 중고등학생들이 단어의 뜻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해관계라는 단어를 듣고, 친한 사이인가요? 묻기도 하고, ‘아리다는 단어를 설명해 주면 그냥 이라고 표현하면 되겠네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심심한 사과를 표한다고 하면, 지루한 사과를 말하느냐고 되묻기도 하고요.

신문의 다른 기사에는 학부모들의 문해력에 관한 이야기도 있더군요. 현장 학습 가는데 중식 제공이라는 가정 통신문이 나가면 학교에 전화해서 우리 아이는 중국 음식 싫어하는데 왜 중식만 제공하느냐, 한식은 없느냐고 항의하는 학부형도 있다니, 누굴 탓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세대를 불문하고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독서하란다고 하겠습니까? 세상에는 독서보다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 그러니 문해력을 높이는 특별한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할 텐데, 출산율 높이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듯이 무슨 방법이 있겠나 싶습니다. 요행히 내가 문해력이 달린다는 의식을 하고 이렇게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우리 말 설명 글이라도 찾아 읽어주기를 기대할 수밖에는요.

 

오늘은 우리가 사투리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표준어인 단어 몇 개를 공부해 보겠습니다. 의미를 한 번 되짚어보자는 것이니까 마음 편하게 읽어보시면 되겠습니다.

 

1. 쌔고 쌨다.

 

여기에도 있고 도처에도 있고 흔하디 흔하다는 뜻입니다.

 

쌔다는 쌓이다의 준말입니다.

쌔고 쌨다라고 말하면 쌓일 만큼 많이 쌓였다는 뜻이죠.

이 말은 사투리가 아니고 표준어입니다.

 

쌔고 쌘 것이 남잔데 / 여잔데 하필 그런 사람을 골랐어?

 

쌔고 쌨다는 쌓이고 쌓였다는 뜻이니 띄어 써 주는 것이 옳습니다.

 

예문

 

* 올해는 러브버그가 도처에 쌔고 쌨더라니까요.

 

* 여기는 쌔고 쌘 것이 사과나무지요.

 

* 비수기에는 빈방이 쌔고 쌨는데, 성수기에는 아예 한 개도 없어요.

 

* 올해는 어찌나 더운지 모기가 쌔고 쌨네요.

 

* 하천 옆이 버드나무 천지라 열매가 터지는 여름에는 솜털이 쌔고 쌨어요.

 

 

2. 오지다

 

오지다는 이상하게 사투리처럼 느껴지는 단어입니다. 표준어로 사용할 때는 마음에 흡족하다. 허술한 데 없이 알차다는 의미가 있는데요.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에서 사용하는 오지다는 고소하다, 옹골지다는 뜻으로 사투리입니다. 예문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사투리로 사용할 때의 오지다도 서울이나 다른 지역 사람들도 자주 사용하는 사투리입니다. 그래서 사투리처럼 느껴지나 봅니다.

 

예문

 

우리 막내는 보기만 해도 오지다니까요.

 

그 일은 정말 오지고 통쾌한 일이지요.

 

올해는 오디가 풍년이라 가지가 찢어지도록 오지게 열매가 달렸어요.

 

그 인간이 잡혀간 것을 보니까 내 속이 다 오지다니까요(고소하다니까요).

 

3. 씨부렁거리다

 

혼잣말로 씨부렁거리지 좀 말아줘!

 

이 문장에 사투리가 들어 있을까요? 씨부렁거리다가 사투리라고요?

그렇지 않답니다. 이 문장에 사투리는 없어요.

 

씨부렁거리다는 주책없이 쓸데없는 말을 함부로 지껄이다는 의미를 가진 표준어입니다.

 

예문

 

* 듣기 싫게 왜 욕설을 씨부렁거리는 거야?

 

* 미친놈이 씨부렁거리는 소리에 신경 쓸 필요가 있어?

 

*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쓸데없는 말만 씨부렁거리는 거야?

 

* 흰쌀밥 배 터지게 한번 먹고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씨부렁거려 쌓더니.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문순태, 타오르는 강>

 

4. 후리다

 

후리다는 왠지 비속어처럼 들립니다.

흔히 여자가 남자에게 작업을 걸 때나 남자가 여자에게 작업을 걸 때, '저 여자 / 남자가 사람 후린다'라는 표현을 씁니다만, 후리다'는 남의 것을 빼앗거나 슬쩍 가져가거나, 매력으로 남을 유혹해 정신을 매우 흐리게 한다는 뜻을 가진 표준어입니다. 또 얼음을 지치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예문

 

* 김 씨는 저 얼굴로 여자를 잘도 후리고 다녀요.

 

* 대패질로 모서리를 후려 완만하게 만들어 줍니다.

 

* 겨우내 빙판을 후리고 다녀서 얼음 지치는 데는 따라올 자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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